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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겨우내 움츠린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다. 3월이면 북반구의 지구촌 어디에서도 봄의 전령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봄의 색깔은 지역마다 다르다. 대지를 감싼 봄의 기운이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이 느끼는 봄의 느낌도 다를 것이다. 봄의 색깔이 다르고 봄의 기운이 다르다면 서로 다른 봄의 맛과 색이 어울린 봄의 향기는 어떤 느낌일까? 2022년 봄에 새삼 계절의 의미를 생각하며 오감을 동원해 젊은 시절의 봄을 회상해 본다.



필자가 경험한 봄은 지역마다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서 프로방스만큼 다양한 색깔로 표현된 봄은 없었다. 특히 프로방스의 봄은 미스트랄의 횡포를 견뎌낸 생명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듯이 너도나도 고운 자태를 뽐내며 고개를 내미는 시기이다. 하얀 설산을 배경으로 레몬이 주렁주렁 열린 가로수가 인상적인 것은 물론이고 가로수에 매달린 레몬 향기는 침샘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생굴과 레몬의 조화에 화이트 와인의 상큼함이 더해지면 프로방스의 봄은 프로방스의 식도락과 함께 깊어간다. 프로방스의 따사로운 봄 햇살은 세계의 상춘객을 유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백사장의 안락의자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관광객들에게 봄과 여름의 차이는 없어 보인다. 해안도로를 산책하는 사람들의 수다를 듣는 재미는 덤이다. 다채로운 봄소식을 전하고 신선함을 더해 주는 프로방스의 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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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눈에 비친 프로방스는 자연(Nature), 도시(Ville), 마을(Village)이 경계 없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는 신의 물방울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포도나무와 신의 선물을 잉태한 올리브나무가 줄지어 있다. 보랏빛 향기를 내뿜는 라벤더는 지평선까지 뻗어 있고 고흐를 매료시킨 노란 해바라기 물결이 일렁이는 곳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꼬끄리꼬(Coquelicot)라고 불리는 개양귀비는 광활한 밀밭과 우뚝 솟은 바위를 배경으로 당당한 자태를 뽐낸다. 필자가 본 프로방스의 다양한 풍경이다.



프로방스의 사계절이 모두 특이하지만 프로방스의 봄은 계절의 백미다. 알프스 설원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대지를 산책하며 지중해로 향하는 길목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곳! 그곳이 프로방스이다. 얼마나 멋진 대자연의 모습인가! 혹독한 미스트랄의 공격을 견뎌낸 생명의 신비를 체험하는 순간은 경이롭다. 프로방스의 봄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반짝인다. 바람과 태양, 대지의 조화로 탄생한 프로방스가 강렬한 햇빛과 오묘한 대지의 빛깔로 예술가들을 유혹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이 목전에 와 있어도 아날로그 감성을 고집하는 것은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문화 지체를 만회하기 위한 시도가 아닐까? AI가 인간의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100세 시대를 목전에 둔 인간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연이다. 100세 시대는 새로운 도전이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일 뿐이다. 따라서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건강한 삶(Well-being)을 추구하는 것이 현대인의 가장 현실적인 소망일 것이다.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연과 문명의 조화를 실천하며 건강한 삶을 추구해 온 프로방스 방식의 삶(Art de Vivre)을 갈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인류의 생존이 자연과 유리되는 과정의 연속이었고, 첨단 AI가 인류에게 축복이라고 하여도 잘 보존된 자연만큼 인간에게 분명한 축복을 주는 것은 없다.



대지를 품은 자연이 인간에게 준 무한한 사랑의 표시는 봄에 피는 꽃이 아닐까? 자연의 생명력이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는 조건이 아니던가? 인류가 자연과의 투쟁을 언제까지 진행할지는 알 수 없지만 현명한 인류는 자연과 공존을 선택할 것이다. 필자의 눈에 비친 프로방스는 자연과 문명이 공존하는 삶의 방식(Art de Vivre)을 실천한 곳이었다. 한 세대를 훌쩍 넘어선 어느 봄날에 잊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필자의 여정은 봄에 대한 젊은 날의 인상이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일 것이다. 혼돈의 2022년 봄에 솟아오르는 열정을 꽃피워 화사한 프로방스의 꼬끄리꼬(Coquelicot)처럼 당당하게 새로운 꿈에 도전하리라! 다짐하며......



파이팅!

프로방스의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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